2023년 4월 12일
한인목회강화협의회(회장 정희수 감독, 이하 한목협)는 지난 4월 10일 “내 마음이 당신의 마음을 향하여 진실함 같이”(왕하 10:15)라는 주제로 웨비나 ‘UMC 한인 교회 미래 컨퍼런스’를 주최했다. 연합감리교회에 속한 한인 교회와 교단의 미래를 가늠하고, 새로운 사역을 준비하며, 한인 교회를 강화하기 위한 선교 전략과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 웨비나에는 200명이 등록하고 참석자는 약 230명이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개신교 교단인 연합감리교는 미국 내 교인 수만 640만 명이며, 전 세계 교인은 1,300만 명에 달한다.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인간의 성 정체성 문제에 대한 지리한 논쟁을 해결하고, 신학적 입장에 따른 교단 분리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2020년 총회가 팬데믹으로 인해 연기되면서, 교단 내 보수 그룹인 웨슬리협의회(Wesleyan Association)는 지난 해 5월 글로벌감리교회를 출범시켰다.
이렇게 교단 탈퇴 문제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열린 웨비나의 첫 발표자는 한목협의 사무총장인 장학순 목사였다.
장 목사는 현 교단 탈퇴 움직임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관점은 이런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교단을 떠나게 한 유발 요인(trigger)”일 뿐이라고 말하고, 진정한 이유를 “첫째는 감독제를 중심으로 한 연합감리교회의 정치에 대한 불만과 갈등이고, 둘째는 교단의 선교 분담금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불만 표출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중도 내지는 진보적인 교단 리더십과 보수적인 목회자들 그리고 평신도들 간의 괴리”로 진단했다.
장 목사는 루이스센터가 발표한 교단을 탈퇴한 교회의 성향을 소개하면서, 그 교회의 대부분이 남성 목사가 섬기는 백인 교회이며, 동남부와 중남부에 속해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목사는 현재 한인 교회는 한국어 회중이 244개, 영어 회중이 36개로 총 280곳이며, 한인 교회를 섬기는 목사는 270명, 미국 교회를 섬기는 목사는 550명이고, 미국 연회를 섬기는 감독 1명과 감리사 19명 그리고 교단과 학교를 섬기는 목회자가 30명이라고 한인 교회의 현황을 전하고, 올해 각 지역에서 연회가 열리면 약 50명의 한인 목사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어 한인 목사가 9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스콘신 연회를 주재하며 동시에 한목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는 정희수 감독은 교단 안에 “혼돈과 상처가 반복되고 있다… 혼돈 가운데 역사하시는 성령의 권능에 감사하고 희망과 기적을 기대하기에, 나는 지난 50~60년간 한인 교회를 사랑하고 키워준 어머니 연합감리교회를 떠나야 할 정당성을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문자적이고 배타적이며 폭력적인 해석을 떠나 통합적인 성찰을 통해 환대와 거룩을 병행하자.”고 정 감독은 말하고 “한인 교역자들이 가부장적인 교회에서 벗어나 평등을 실현하며, 민족과 인종주의를 넘어 하나님 공동체를 고백하고, 백인우월주의 식민주의를 극복해 정직한 구도자로 서자.”라고 호소했다.
와싱톤 사귐의교회 담임 김영봉 목사는 사도행전 15장에 나오는 초대교회의 모습을 통해 현 상황을 해석했다.
“초대교회의 첫 도전은 이방인 할례 문제였다. 그 당시 매우 심각한 이 이방인 할례 이슈에 교회의 지도자였던 야고보는 자신의 신념과 상황/현실 사이에서 고민했었다. 우리는 야고보가 서로의 다름과 다양성을 지키려 했으며, 안디옥과 예루살렘 양쪽을 설득했던 점을 배워야 한다.”
김 목사는 “어떤 제도에나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다. 악이 압도적이라면 결별해야 하지만, 아니라면 서로 품고 살아야 한다. 한 목소리만 내는 조직은 끔찍하다. 나는 교단 분리 과정에서 연합감리교회 지도자들이 창과 칼 대신 십자가의 길을 따라주길 기대한다. 손해 보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라고 주문했다.
4인의 주제 강의를 마친 후, 패널리스트 4명의 간략한 발언이 이어졌다.
첫 번째 패널리스트인 산타클라라 한인연합감리교회의 담임 권혁인 목사는 “나는 한국에서는 감리교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균형 잡힌 신앙과 성화 그리고 실천적 영성의 교리를 공부하고, 다양한 사회 영역에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인종적 장벽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교단인 연합감리교회를 보고 내가 속할 교단으로 선택했다.”라고 말하며, 자신은 연합감리교회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또 자신이 기대하는 한인 교회가 지향해야 할 교회의 모습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이민자들만을 위한 교회가 아닌 지역을 어떻게 섬길 것이며,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연대 정신을 가진 부끄럽지 않은 교회를 소망한다.”
한인 회중과 미국인 두 회중으로 구성된 투산제일 연합감리교회를 섬기는 고은영 목사는 한인 교회의 폐쇄성과 권위주의로 인해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교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감리교회 한인 교회 중 가장 젊은 교회 중 하나인 시카고예수사랑교회의 조선형 목사는 “어느 공동체이든 동의할 수 없는 신학적 관점들이 있다. ‘성경대로 살지 마세요. 성경의 정신대로 살아야 합니다’라는 말처럼 성경의 문자와 정신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과 내용이 부딪칠 때가 있는데, 그때는 정신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한인 교회가 “하우스(house) 같은 교회가 아니라 홈(home)과 같은 교회가 되길 바란다. 모두가 환대 속에 예수님의 품으로 들어오면서, 홈처럼 느끼는 교회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강혜경 목사는 한국에서 자라 미국에서 타인종 목회를 하는 한인 여자 목사의 관점에서 발언했다.
“올 2월 남침례교회가 여성 3명에게 안수를 줬다는 이유로 새들백교회를 축출했다. 성서를 지킨다면서 차별하는 교회를 보면 슬프다. 한인 교회에 여자 목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두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더욱 큰 포용성을 가지고 여자 목사를 경험해보려고 노력했으면 한다.”라고 소망을 전했다.
이 모임을 준비한 장 목사는 이번 웨비나의 내용을 편집해서 보관할 뿐 아니라,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시청할 수 있도록 동영상을 만들어 공개하고, 모임의 내용을 문서화할 것이며, 앞으로 평신도와 타인종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와 유사한 모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은 발표 내용은 안명훈 목사로부터 나왔다.
전직 한인총회 총회장이며, 아콜라교회의 담임으로 지난 1월 1일부터 동북부 선교구의 선교감리사로 섬기고 있는 안명훈 목사는 점차 한인 교회들의 조직과 교단의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동북부 선교구가 한인 교회들의 전통적인 신앙을 지키고, 더 나아가 한인 목회자들의 신앙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지대로 보장받았다. 다른 지역총회에도 한인선교구가 조직되고, 더 나아가 하나님의 방법으로 한인 교회를 위한 한인 연회가 조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여 안 목사는 다양성 가운데 연합과 일치를 찾아가며, 성경을 존중함과 동시에 상황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자고 말하며, 한인총회와 한교총의 미래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한다. 차세대와 여 교역자 및 타인종 목회자들을 담아낼 수 있도록 한인총회를 회복하고, 모든 연합감리교회 내 한인 교회들을 중심으로 한인 교회 총회가 재건되어야 한다.”